아이를 둔 부모라면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것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단순한 표지판이 아닌,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운전자들이 이 구역의 법적 책임과 현실을 가볍게 여겨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 이후, 스쿨존 내 사고에 대한 사회적·법적 책임이 무거워졌습니다. 본 글에서는 실제 발생한 판례 5건을 통해 스쿨존 사고 시 운전자의 과실 여부, 형사 처벌, 민사 배상 등 책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1. 천안 민식이 사건: 민식이법 제정의 계기
2019년 9월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9세 아동이 과속 차량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운전자는 과속(시속 약 45km)과 함께 전방주시 태만이 인정되어 금고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식이법이 제정되었으며,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에 대해 가중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출처: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0고단250
2. 김포 어린이 추돌 사건: 과속은 아니지만
2021년 5월 경기도 김포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7세 아동이 서행 중인 차량에 추돌당한 사고입니다. 운전자는 시속 28km로 주행 중이었으나, 아이가 갑자기 뛰어든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충돌했습니다. 법원은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을 인정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속도만 준수했다고 해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사례입니다.
출처: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1고정786
3. 대전 좌회전 사고: 스쿨존 내 보행자 우선
2022년 3월 대전의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발생한 좌회전 사고입니다. 초등학생이 인도를 걷다 도로로 일부 진입한 순간, 좌회전하던 차량이 충돌했습니다. 운전자는 블랙박스를 근거로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스쿨존 내에서는 모든 보행자 보호가 우선”이라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운전자에게는 인지능력이 부족한 아동에 대한 특수한 주의 의무가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출처: 대전지방법원 2022고단134
4. 부산 학원차 사고: 어린이 하차 후 사고
2023년 6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학원 차량에서 내리던 초등학생이 다른 차량과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학원차 운전기사는 정차 후 하차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반대편 차선에서 달리던 차량 역시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주행했습니다. 법원은 학원차 기사에게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금고 1년, 일반 차량 운전자에게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스쿨존이 아니더라도 어린이 하차 시에는 이중 주의가 필요함을 보여준 판례입니다.
출처: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3고단411
5. 서울 강북구 주차장 사고: 스쿨존 인근
2024년 초 서울 강북구의 한 스쿨존 인근 주차장에서, 차량이 후진 중 6세 아동을 치어 골절을 입히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지점은 스쿨존 외곽이었지만, 법원은 "스쿨존과 사실상 연결된 생활도로이며, 어린이 통행이 잦다는 점을 운전자가 인지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전자에게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되었고, 민사상 치료비 약 3,000만 원도 배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출처: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고정501
마무리: 가벼운 실수가 무거운 결과로
스쿨존 교통사고는 단순히 “운 나쁜 사고”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특히 법원은 스쿨존에서의 운전자가 보행자보다 훨씬 강력한 주의 의무를 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말은 더 이상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속도 준수는 기본이고, 전방주시와 어린이 행동 예측, 비상정지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운전자의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매일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스쿨존. 단 한 번의 실수가 한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출처 및 참고:
- 대전지법 천안지원 2020고단250
- 인천지법 부천지원 2021고정786
- 대전지법 2022고단134
- 부산지법 동부지원 2023고단411
- 서울북부지법 2024고정501
- 도로교통공단 어린이 교통사고 통계 (2024)